[한국기독공보] 여야 저출생 대책...교계 제안 대거 수용

2024-02-26

저출생 문제가 국가소멸론을 야기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나란히 '저출생 대책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그동안 저출산 극복운동에 앞장서온 교계에서는 여야의 저출산 대책 공약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저출생국민운동본부(이하 출대본, 본부장:감경철)는 '22대 총선 여야 저출생 대책 공약에 대한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초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4월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면서 "최근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과 종교 등 각계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 여야의 정책 제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0.72명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0.7명에서도 떨어져 올해는 0.68명, 내년에는 0.65명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도 대한민국의 출산율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이 사라지는가? 한국은 2060년대 인구가 3500만 명으로 떨어질 것이다'고 보도했고, CNN은 '한국의 가장 큰 적은 낮은 출산율'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데이빗 콜먼(David Colman) 교수는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 나라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종교단체 지도자들로 구성된 출대본은 이러한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2006년 '생명과 희망의 네트워크'를 결성해 저출생 위기를 본격적으로 경고했다. 2010년에는 '출산장려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켜 범사회적 운동을 전개했으며 2020년에는 출대본을 결성해 범사회적·종교적 저출생극복운동을 전개하면서 저출생 위기 상황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21년부터 저출생 극복을 위해 지자체와 시민단체, 종교계와 연계해 생명돌봄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지난 3년 동안 인구감소와 초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제안한 다양한 정책이 이번 총선공약에 대거 반영된 것을 반겼다.

CBS는 △난임치료, 사후조리 지원 △냉동난자 시술비 지원 △출산 가정 2년간 육아휴직 △단축, 유연근무제 보장 △아이돌봄 시설운영 지원 △다자녀 가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다자녀 사교육비 절감 △비혼, 한부모 가정 지원 확대 △손대 상속 증여시 세제 혜택 마련 △지역 의료 인프라 확충 △인구정책의 총괄 컨트롤 타워 마련 △출산에 대한 전면적 인식 전환 유도 등 12가지 정책을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다.

지난 18일 여야가 발표한 '저출생 대책' 공약에 따르면 여야 모두 CBS가 제안한'인구정책 총괄 컨트롤 타워'로 '부총리급 인구부'(여당)와 '인구위기대응부(가칭)'(야당)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출산 가정 2년간 육아휴직'및'단축.유연근무제 보장'건에 대해서 여당은 '아빠 육아휴가 1개월 의무화''육아휴직 급여 인상' '육아휴직 업무 공백 대체 인력 고용 지원금' 등으로 구체화했다. 야당은 취업여부와 상관없이 휴직 급여를 주고 8세 미만 자녀에게 월 10만원 씩 주는 아동수당을 17세까지 월2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출생부터 고교졸업까지 부모의 펀드계좌에 월 10만원씩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자녀 가정을 위한 주택공급'건에 대해서 '2자녀 출산시 59㎡, 3자녀 출산 시 84㎡ 분양전환공공임대 주택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출대본이 한국교회와 함께 전개한 '아이돌봄 시설운영 지원'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출대본은 지역 불균형과 지역 편차로 인한 지방의 소멸화가 '영유아 아동돌봄지역 사각화'로 이어져 저출생극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영유아 및 아동돌봄에 대한 정책 마련에 앞장서왔다. 이를 위해 CTS기독교TV와 CBS가 공동으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며 '종교시설 내 아동돌봄을 위한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진행해왔지만 여야 모두 '영유아 및 아동돌봄'에 대한 공약은 빠져있다.

여야가 한날 발표한 '저출생 대책'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법과 제도에 대한 실효성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출대본은 "인구소멸이라는 중대한 위기 앞에 종교계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면서 "종교계는 앞으로 정치권,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 등 각계와 협력해 저출생 극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은숙 기자